내가 사는 이야기

이름 짓기

GuitarMan 2023. 12. 19. 11:12

이름을 지을 때...
아무리 '뜻'이 중요해도 '발음'을 신경 안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일부 우리 웃대 어른들은 '발음'을 묵살하고 '뜻'만을 강조한 이름들을 많이 지었다.

심자(深子) :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
전자(全子) : 완벽한 성품을 가진 사람.
죽자(竹子) : 곧은(≒올바른) 마음으로 사는 사람.
치국(治國) : 나라(≒세상)를 다스림.
하자(河孶) : 부지런히(≒끝없이) 흘러가는 강처럼
                   무던하게 살아라.
호구(好口) : 살아가며 항상 좋은 곳만 다녀라.

이 외에도 筆者가 모르는 '漢字의 뜻은 좋으나 발음이 영 아닌 이름'들이 너무나 상상 외로 많다.

특히 '김' 씨의 경우 '일성', '정일'이라는 이름은 북한의 최고 책임자의 이름이기에 아무리 다른 漢字로 이름을 지어 설사 좋은 뜻을 품었더라도 대한민국의 現代史 정서로 볼 때 어린 시절을 절대로 편하게 지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실제 1980년대 초 '백구의 대제전' 시절에 배구선수 중에 이름이 '金 一成'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북한의 '金 日星 주석'과 漢字가 다르더라도 당시 시대적으로 이 이름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金 正日' announcer(필자에겐 고교 선배가 되신다.) 또한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 정일'(김 일성의 아들)과 漢字까지 같은 이름이라 불쾌한 일을 겪으셨다는 얘기를 Facebook에서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의 시대에도 이름을 지을 때 漢字의 뜻에 중점을 두고 짓는 이들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우리 웃대 어른들은 좀, 아니 상당히 심했다.
시대적으로 집안 최고 어른인 할아버지가 지은 이름이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자식이 그런 발음 때문에 놀림을 당하면 되려 그런 무식한 년놈들과 어울리지 마라고 하며 뭐라기도 했다.
자신이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에 대해서는 자식(손자)에게 미안한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고 말이다.
오히려 '뿌듯함'을 느꼈을 거다.

20세기 말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漢字가 아니라도 좋은 뜻과 부르기 편한 '한글' 이름도 많아지는 추세다.
하긴 漢字를 알아야 뜻을 맞춰서 이름을 짓지.
(漢文 교과를 안 배운 세대이기도 하다.)

오래 전이다.
아버지께 보내온 청첩장에 신부의 이름이 '김 잔듸'였다.
'金'이 姓을 나타낼 때는 '김'으로 읽지만 '쇠, 금속'을 얘기할 때는 '금'으로 읽기에 신부의 이름 뜻이 '포근한 금잔디'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예전에는 '잔디'를 '잔듸'로 표기했다.

우리는 이렇게 '이름' 한 가지로도 참 복잡다난하게 살아온 민족이다.
그렇게 본다면 筆者는 '짝없는 삶'을 살아왔기에 '자식의 이름'을 짓는다고 요만큼의 고민도 한 적이 없다.

혹 20대 때 짝을 만나 자식이 있다면...?
'한글'이건 '漢字'건 멋지고 기찬 평범하지 않은 이름을 지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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